단상과 해설
11.6 기후정의 국제행동의 날
정의로운 녹색 전환
2021. 11. 8. 14:43
유엔기후변화협약 26차 당사국총회(COP26) 참가 둘째날(11월 6일)
1.
2주간 열리는 총회 첫주 토요일은 항상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주최 측 추산 10만명. 영국에서만 10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리고 한국을 비롯해서 전세계 30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비바람이 불어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추운 날씨임에도 전세계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각자 피켓과 코스프레를 준비해왔다. 영국은 멸종저항 운동이 워낙 왕성한 곳이라 가장 많이 보이는 깃발은 멸종저항의 모레시계 깃발이었다. 멸종저항 자체가 워낙 폭넓은 네트워크라 다양한 집회 대오에서 깃발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화장실을 갈겸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공원내 작은 하천 건너편에는 ISA(International Socialist Alternative) 등 사회주의자 그룹의 사전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나중에 라이브도 해야되어서 사회주의 그룹. 노동조합 그룹. 일반 시민사회 그룹 등을 대략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대만 언론을 만나 짧은 인터뷰. 한국 정부가 아직도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고 인도네시아에도 석탄화력을 짓고 있다는 얘기를 하니 놀란다.
이외에도 행진을 하면서 블롬버그 등 몇몇 언론과 현장에서 짧게 인터뷰를 했다. 다들 물어보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왜 왔나? 무엇을 이야기하나? 등등) 그러나 다들 한국의 상황이나 정의당을 모르는 것은 비슷했다. 그만큼 한국 기후정의운동이나 정의당 이름으로 진행된 국제연대가 약한 것이 현실이다.
2.
한국참가단은 오징어게임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메인 무대가 따로 없고 기자들도 계속 돌아다니면서 취재 중이라 행사 진행본부 인근 분수대에 처를 잡았다.
오징어 게임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있고 아직 집회 전이어서 나름 호응이 좋았다. 스코틀랜드 현지 언론과 독일 언론 등이 스케치를 했다. 날씨만 더 좋았으면 더 나았을 텐데.. 이래저래 어수선했던 것이 아쉽다.
3.
1시간 동안의 유튜브 라이브. 한국과 유럽은 집회 문화가 너무 다르다. 개인적으로 줄 지어 구호 외치며 행진하는 건 한국과 일본 노동조합 집회 말고는 본적이 없다. (일본도 시민단체 집회나 아나키스트 집회 가보면 그런거 없다) 구호를 외치긴 하지만 방송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핸드 마이크 정도로 들리 정도에서 노래에 가까운 구호를 외칠 뿐이다.
유튜브 라이브를 하면서 대략 10명 정도 인터뷰를 한 것 같다. 호주에서 스코트랜드 사는 친구와 함께 온 할머니. 의회까지 자전거 행진을 하는 단체 선두에 서 있던 70살은 충분히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에디오피아의 비민주적인 상황을 알리기 위해 참가한 이들. 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 다양한 채식 지지자들. 소방차를 집회에 끌고 나온 소방 노동자들.. 100년이 넘는 노동조합의 역사를 걸개그림으로 만들어 나온 이들.. 정말 다양한 이들이 있었다.
4.
본격적인 행진에서는 한국 참가단과 함께 노동조합 그룹에서 함께 진행했다. 출발한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꽤 오랫동안 멈춰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멸종저항 그룹이 중간에 끼어들어면서 뒤쪽 행진이 지연된 것이었다.
잠시 대오를 벗어나 앞쪽으로 쭉 나갔다. 내 느낌으로는 중간에서 약간 뒤쪽..
행진 그룹마다 자기 색깔이 너무나 분명했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준비한 이들. 북과 악기를 준비해서 계속 연주를 하기도 하고 구호를 외치는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행진이 중심이다.
다양한 구호의 플랭카드가 있었지만 인상 깊은 것은 '멸종이냐 사회주의냐' 같은 구호이다. 반자본주의 구호 플랭카드는 여기저기 많았지만 특정 그룹은 아예 경찰이 애워싸고 밖으로 못나오게 하는 곳도 있었다.
지나가다 만난 한 할머니는 아이들 옷을 녹색으로 염색해서 왔다. 말그대로 그린워싱.. 비가 오다보니 물이 빠져서 녹색 물감이 흘러 나오니 더 멋진 모습이 연출되었다.
5.
집회 행진 중 대만 민진당 국회의원을 하는 홍순한 의원을 만났다. 그는 대만에서 반핵운동을 하다가 현 여당인 민진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글래스고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했더니 런던에서 일정을 마치고 6일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 지나가다 오징어 게임 옷을 입은 걸보고 나를 발견했단다(페이스북의 힘이다.^^) 10일 오후에 다시 만날 약속을 잡고 일단 헤어졌다.
6.
행진의 목적지는 '글레스고 그린' 공원이었다. 앞에서는 연사들이 발언과 행사가 진행되지만 그 발언에 관심을 갖는 이들보다 자신의 그룹끼리 정리를 하는게 다수. 추운 길에서 4-5시간을 걸었지만 아직도 힘이 넘치는(!)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구호와 노래를 열정적으로 외치고 있다.
영국의 기후운동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와서 활동을 본 것은 처음이다. 저변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에서 기후정의운동이 어떻게 확대되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는 대목이었다.